본문 바로가기
메모1 (~2010)

눈뜬 자들의 도시

by RosePierrot 2008. 4.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먼 자들의 도시 마지막 장면
 ...의사의 아내는 일어나 창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 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이 장면이 의사의 아내가 눈이 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그런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사실 의사의 아내가 이 대목에서 눈이 멀었거나 멀지 않았거나 중요한 사건이 되지는 못한다. 어쨌든 상징적인 표현이니까. 그러면 사라마구가 이야기한 '눈이 먼'것은 무엇일까? 눈을 뜨고도 눈이 먼 것 같은 것은?

눈먼 자들의 도시의 뒷 이야기 격인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조금 더 포커스가 선명하게 맞추어져있다. 그 도시의 사 년 후의 모습이다. 시민들은 지자체 선거에서 백지투표를 한다. 무효표를 만들거나 기권하는 것이 아닌 선명한 의사 표현으로의 백지투표, 비가 억수로 많이오던 그렇지 않던 확실한 의사표현이 담긴 백지투표 - 사실 요번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이십오퍼센트 정도였다. 하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의 상황이 되지 않은 것은 기권표가 얼마든지 자의적(누구의?)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칠십오퍼센트가 백지투표를 한다면...- 로 정부를 공황상태에 빠뜨린다. 이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정부의 대응 자세를 보았기 때문에 시민의 백지투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하다. 바로 '무정부'다. 근대 아니 지금까지 인류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던 정부는 상징적인 백색질병에 너무도 무력했다는 것이다. 백색질병의 상징하는 것은 무시무시하게도 바로 '현재 상황'이다. 정부는 다시 백색투표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테러'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언제나 '규정'고, '테러'하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 스스로 규정하고 테러에 합의하였나? 살해당하는 경정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태어날 때, 이 세상에 들어올 때, 우리는 우리 인생의 나머지 기간 동안 지킬 협정을 맺는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누가 내 대신 여기 서명을 했지......"
근대, 모더니즘은 누구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는 반성일까? 그래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명은...다시 계몽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계몽. 누구도 조직하지 않은 이성. 그것은 자성(自省)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시 눈 먼자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이웃이 총격으로 살해를 당한다. "무슨 소리 들었나. 총소리가 세 발 들렸는데, 다른 눈먼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개가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지금은 그쳤어, 세 번째 총 소리 때문일 거야. 잘 됐군,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라는 마지막 어구에 밑줄을 긋고 사라마구의 낙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역자의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개 짖는 소리가 싫다는 말을 하는 이가 눈먼 자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P.115 '이마에서 땀이 뚝뚝 듣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거슬려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용례로도 쓰인다.
 : [동사]『…에』눈물, 빗물 따위의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다.동사]『…에』눈물, 빗물 따위의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다.

눈먼 자들의 도시 '블라인드니스'라는 제목으로 영화 준비 중이라는군요.
새로 나온 듯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는 1999년에 '모든 이름들'이라는 책이 재출간 된 거라고 합니다.